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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생명과학

<질병 정복의 꿈, 바이오사이언스> (이성규 저, MID 출판)

by 3939339 2021. 1. 11.

밀리의 서재에서 다양한 책을 방학 때 읽는 것이 내 삶의 낙이다.

방학 때 책 읽는 것만큼 유익한 것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내 전공인 의학에서 멀어지는 책을 읽는 것이 나에게 훨씬 즐겁다고 생각은 하지만, 의학 책을 1권은 꼭 읽으려고 한다. 10권 이상 읽으니 1권 정도면 균형잡히게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의학의 영역을 다루고 있지는 않은지 가끔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http://www.yes24.com/Product/Goods/69317616

 

유전병, 치매, , 백혈병, 당뇨병, 비만, 에이즈, 말라리아, 독감까지.

이 책에서 다루는 책들은, 우리가 모르는 질병은 하나도 없다. 의학과 상관없이 사는 사람일지라도 이 질환들은 대부분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질환들이 왜 유명할까? 물론 흔해서, 발생하기 쉬워서도 있겠지만, 인류가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질환들 중 현재의 기술로 100%, 아니 80% 이상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인류가 수만 년간 고통받은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치료법을 아직까지도 개발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질환들 중, 의대에서 배우지 않는 질환은 당연히 없다. 이 질병 중 하나라도 빼놓고 배우는 의대가 있다면 의학을 가르친다고 보기 힘들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잊어버린 내용은 있었어도 처음 듣는 내용은 없었다. 본과 2학년을 마치고 3학년으로 올라가는 나의 상황에서, 이 책은 예전 공부를 상기시키는 정도의 환기만 있었다.

그 이유는, 이 질환들은 워낙 흔한 질환들인지라, 이 질환을 획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된 경우 그리 멀지 않은 시간 안에 노벨상을 타게 된다. 노벨상을 타게 되면 그 내용은 자연스럽게 유명해지게 되고 교과서에도 실리고 교수님의 수업에도 실리게 된다. 우리 학교에는 노벨상 수상 내용을 시험에 빈출하시는 교수님이 있어 강제로 외울 수 밖에 없었다.

 

대표적으로 하나 찝어서 얘기하면, 암에 있어서 면역항암치료를 적용하는 것이다. 암세포를 죽이는 우리 몸의 세포는 T세포이다. 면역 체계에서 외부 물질을 죽이는 기능을 하는 그 T세포이다. T세포는 정확히 말해 외부 물질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 없어야 할 비정상 물질을 공격하는 세포이므로, 암세포도 우리 몸에 없어야 하기 때문에 공격하려고 한다. 이 때 활용되는 물질이 PD-1이다. 그러나 암세포는 PD-L1이라는, PD-1을 무력화시키는 물질을 표지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몸의 면역 기전을 피해가게 된다.

그런데 만약, PD-L1을 무력화시키는 약을 투여한다면,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기 더 용이할 것이다. PD-1이 암세포를 인식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를 면역항암요법이라고 한다.

이는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내용이다. 앞에서 말한 노벨상을 좋아하시는 교수님 덕분에 이 내용은 시험에 2번이나 출제되어서 기억이 생생하다. 설마 또 내시겠어 라고 생각했으나 2번째 나왔을 때는 어찌나 어이가 없었는지.

 

파킨슨병은 완치시킬 수 없는 상황이나, L-Dopa라는 도파민 유사 작용물질(agonist라고 한다)을 이용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그러나 치매는 현재까지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되어 있지 않다. 발생 원인에 대한 추론만 있고 이를 이용한 치료법은 모두 실패했다. 제약회사가 세상을 일으킬 수 있는 2가지 방법이 있다면 치매약과 탈모약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어봤을 수도 있는데, 의학을 배워보면 그게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정도로 치매는 치료법이 검증된 것이 없다.

 

에이즈의 경우 칵테일 요법(약을 여러 가지 섞어서 먹는 방법. 에이즈에서만 사용하는 용어임)을 통해 불치병이 아니게 되었다. 물론 완치는 현재까지 불가능하다. 단지 에이즈에 걸리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의사로부터 듣는 시대는 지났다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인류는 가장 고통받아온 질병을 천천히 쓰러뜨리려고 하고 있다.

나는 그 과정을 대부분 알고 이 책을 읽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은 없었다. 이 책에 소개된 내용 대부분은, 그 질환의 현재 1차 치료로 선택되는 내용들이다. 1차 치료는 기본적으로 외워야 시험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모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인류가 이렇게까지 노력해서 이 질환들을 쓰러뜨리려고 하는 과정은 의학을 배우면서 정말 신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질환이 흔한 이유는, 단순히 흔해서만은 아니다. 그렇게 흔하던 천연두는 인류가 극복에 성공했고, 현재 멸종되었다. 지금까지 흔한 질병은 지금 극복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극복할 방법이 반드시 있다고 믿고 연구하시는 분들 덕분에, 우리는 이미 많은 질환을 극복했고, 극복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백신이 1년만에 개발된 것은 기적에 가깝다.

1년 만에 개발될 수 있었던 데에는, 그간 과학자들이 쌓아온 노하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코로나19는 불치병도 아니었고, 대증치료(증상만 해결해주는 치료 방식을 말한다)만으로도 건강한 사람은 나을 수 있다. 독감보다 절대 흔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하지만, 빠르게 백신이 개발되었고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다. 많은 질환을 극복해왔듯, 인류는 코로나19도 극복하고 있다.

이 책은 2019년 책이라 코로나19에 관한 내용은 없다. 하지만, 극복해가는 그 과정을, 코로나19에 대입해본다면 어떨까 싶었다.